일상/일기장

20251122 근황 / 도시락 고수가 될 거야! + 소비 줄이기

ㅂㄹㄹ 2025. 11. 23. 04:37

나풀거리는 아가미와 분홍색 볼을 좋아해요

1. 부드라미 좋아해요와 앨랠래 커플콘이 나왔지만 이제는 같이 쓸 사람이 없어서 고민하는 나를 보고 지인이 좋아해요를 선물해 주었다. 덕분에 앨랠래는 출시 당일 고민 없이 시원하게 구매하였다. 정말 고마워요! 바로 lizard loves axolotl 톡방을 만들어 혼자서 주고받고 하며 알차게 쓰는 중이다. 부드라미 조아.

2. 일기를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평온해졌다.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안정적인 직장. 하지만 일을 하지 않는 주말에는 발작처럼 우울이 찾아오길래 사장님에게 주말 추가 근무를 요청했다. 주 7일 일하는 망령이 되었지만, 적당한 긴장감과 자극을 주는 것 같아서 당분간은 유지할 계획이다.

 

3. 컴퓨터를 오래 하지 못하게 되었다.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의심 중인 건 시력 저하와 모니터 높이 두 가지이다. 원래는 피곤해지면 뿌옇게 보였는데 요즘은 그냥 글씨면 낮이든 밤이든 죄다 세 개씩 보이는 거 같다. 집중해서 보려고 하다 보니깐 피로x3이 되는 기분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화면 보기가 힘들어서 중간중간 눈에 휴식을 주는 중이다. 모니터 높이는 원래도 조절해야(정확하게는 지금 사용하는 것보다 더 높여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모니터 브라켓을 달 여건이 안 되어서 방치 중이었다. 요즘 승모근이 심하게 뭉쳐서 그런지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너무 불편해진다. 저번에 참고 억지로 게임하다가 한 시간 가까이 헛구역질과 오한에 시달린 뒤로 근래에는 거의 컴퓨터를 하지 않았다. 깔짝대다가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생긴다 싶으면 바로 컴퓨터를 꺼버리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기를 반복하다 보니깐 어느 순간부터는 누워서 폰만 만지작거리는 나를 발견했다. 핸드폰으로 놀아봐야 음악, 웹툰, 유튜브 정도인데 무언가 의미가 있는 영상이 아니라 쇼츠만 보고 있다는 걸 인식하고나니 스스로에게 현타가 와서 초기에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영상 같은 경우에는 내가 평소 관심을 가지던 장르 중 호기심을 일으키는 것 위주로 '선택'해서 볼 수 있지만 쇼츠는 조금이라도 내 알고리즘에 걸리면 필터링 없이 무작정 보여주기에 '강제'로 시청 당하는 기분이었다. 예를 들어 내 알고리즘에 '먹방'이 있으면 쇼츠에서 냅다 이상한 중국인 먹방 생방송을 띄워준다거나, '연애' 키워드가 있으면 실시간 온라인 소개팅(?) 같은 이상하고 불쾌한 생방송이 떴다. 관심 없음을 체크해도 크게 변하는 건 느끼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의식한 걸 다행으로 여기고 쇼츠는 되도록 멀리하고 조만간 알고리즘도 깨끗하게 정리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차곡차곡 채워 넣어야겠다. 

 

4. 약 3개월 전, 토스 기능 중 소비 분석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달력에 날짜와 그날의 지출이 떠서 한눈에 그달의 총지출을 눈에 담을 수 있고 상세 내역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주로 사용한 기능은 두 가지였는데 '카테고리'와 '메모'다. 카테고리 같은 경우에는 식비, 쇼핑, 카페·간식, 의료 등 상세하게 분류되어 있다. 결제한 곳에 맞게 1차로 카테고리가 자동 등록되고, 필요한 경우에는 2차로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거나 수정할 수 있다. 기억력이 썩 좋지 못한 나는 메모 기능을 특히나 잘 사용했고 실제로 3개월을 사용하며 소소하게 절약 효과를 보았다. 예시로 다이소에서 무언가 구매했을 경우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면 구매 내역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았는데 결제 금액 아래 '샤워기 헤드, 종이 호일' 같은 메모를 적어놓으니 내가 진짜 필요한 소비를 한 건지 충동구매를 한 건지 복기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금액이고 귀찮은 과정이겠지만 나는 가계부 쓰는 느낌으로 남는 시간에 한 번씩 메모를 적어주고 카테고리를 수정하는 것에 묘한 재미를 느꼈다.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처지라 큰 고정 지출도 없고, 더 이상 연애도 만남도 없으니 모든 외부 비용이 사라졌다. 내가 노력만 한다면 한없이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놔두고 더 이상 의미 없이 쓰고 싶지 않아졌다. 그렇다고 무작정 거지처럼 생활하면 나중에 후폭풍으로 돌아올걸 알기에 미용은 청결 유지와 기초 제품 위주로, 영양제는 집에 있는 것으로 나에게 필요한 영양소 계산해 가며 야금야금(...) 해결하였다. 고정 지출과 식비는 일정 이상 줄일 수 없으니 여기서 더 지출을 줄이려면 의미 없는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기서 소비 카테고리가 도움이 되었다. 현재 월급의 약 85퍼센트를 저축하고 있는데 주말 근무로 추가 수입+소비를 줄이면 내 계산상 90퍼센트까지 늘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너무 가혹하게 살아가고 싶지도 않고 삶이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으니 유연하게 대처해야겠다.

 

게임: 3개월간 스팀 게임 구매 내역을 보니깐 내 생각보다 게임 지출이 크네 → 당장 다운받아서 장기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것들만 구매하자 → 구매해 놓고 안 할 것 같은 게임들 충동구매 억제, 게임 시간이 길어 중간에 유기할 것 같은 게임들 과감하게 포기
간식: 퇴근하고 자잘하게 몇천원짜리 간식 한두 개 산 것들이 한 달 동안 모이니깐 n만 원이나 된다니 충격 → 간식 구매도 일종의 습관인 걸 느끼고 절제, 퇴근 후 구매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기 위해 정 먹고 싶으면 구매하고 바로 직원들과 나눠 먹음, 간식 비용을 저녁 식비로 토스하여 더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게끔 유도

식비: 점심 몇 번 사 먹었다고 지출이 이 정도로 올라가다니 충격. 그러나 나는 건강과 맛 둘 다 포기할 생각이 없고, 이걸 고려하며 점심을 사 먹을 경우 만원은 우습게 넘어감 → 도시락 싸기 귀찮아서 하루쯤은 사 먹지 하다가도 비용에 비해 만족도가 낮은 식사를 생각하면 누워있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됨 → 어느새 퇴근하고 그날 저녁+다음 날 점심 도시락 재료들 사러 장 보고 있음

 

5. 10월부터 도시락 싸 들고 다니기 시작한 것도 얼추 익숙해졌다. 점심을 더 푸짐하고 맛있게 먹고 싶은 나의 욕심. 아무도 막을 수 없어. 도시락 고수가 될 거야!


10 - 11월 점심 도시락으로 마음에 들었던 요리 

 

1) 돈가스 치즈 김치나베: 이건 진심으로 일주일 내내 먹어도 행복할 것 같았다. 잠시나마 내가 요리 고-수가 된 기분을 들게 해준 최고의 요리가 아닐까? 만들기도 쉽고 재료도 간편하다. 그러나 자주 먹지 못하는 건 슬프게도 나의 까다로운 입맛과 비용 때문이다. 나는 얇은 냉동 돈가스로는 만족할 수 없어. 두꺼운 살결이 느껴지는 등심 돈가스 내놔…! 

 

2) 콩나물 국물 닭발: 이딴 게 점심…? 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전날의 저녁이 다음날의 도시락이 되는 처지에서 의외로 좋은 메뉴였다. 특히나 하루 지나서 국물이 잘 밴 두부는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국물 졸이는 것 때문에 조리 시간이 넉넉하게 필요하고 의외로 손이 좀 가는 게 귀찮음.


3) 닭도리탕: 어머니가 한 것+밖에서 사 먹는 건 입에 안 맞는데 이상하게 내가 만든 건 내 입에 잘 맞는다. 내 취향에 맞게 만드니깐 맛있는 게 당연한 건가 싶기도 하다. 요리도 오래 걸리고 도시락으로 싸 들고 다니기에는 손으로 뼈 분리해서 살만 따로 발라내야 하는 게 조금 귀찮지만 13호 닭 2마리로 네 끼를 해결할 수 있는 혜자 요리다. 감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다음날에 국물이 싹 배어든 감자는 매우매우 맛있었다. 국물까지 남김없이 알차게 밥까지 싹싹 말아먹으면 든든 그 자체다.

 

4) 미나리무침: 만드는 게 귀찮다. 분명 난 열심히 많이 만든 거 같은데 다 어디 갔지 보면 뱃속으로 들어가 있다. 한번 만들 때 대량으로 해놔야지 생각하지만 매번 소량만 만들게 되는 이해 못 할 행동을 반복하는 중이다. 내 도시락 반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5) 고추참치 꼬마김밥: 기름 뺀 참치를 고추장에만 버무리니깐 고추장이 자기주장이 너무 강해 쌈장을 추가해 봤는데 매우 잘 어울렸다. 양념한 고추참치를 조미김+밥에 단무지랑 같이 넣고 말아주는데 너무 작아서 만들기 귀찮고 손 가는 거에 비해 양이 얼마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깔끔하게 먹을 수 있어서 도시락으로는 좋은 메뉴긴 하다. 조금 더 효율 높게 만드는 법을 연구해 봐야 할 듯하다.


6) 연어장: 코스트코에서 파는 그 대형 연어 필렛에 양파를 추가하여 장으로 만들어서 먹는다. 맛도 좋고 만드는 것도 간편하고 건강에도 좋고 다 좋지만 제일 슬픈 점은 우리 집에서 이것을 먹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연어장을 만들면 약4-5일 정도는 연어 식고문이 시작된다. 멈춰! 연어 멈춰! 맛있지만 그만해…!